달이여, 노래하라
디아 - 분노
※커플링 성향이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아츠쿄카, 쌍흑(굳이 말하자면 츄다자), 오다자가 들어갔습니다.
※사망소재가 들어갔습니다. 민감한 분들은 주의해주세요.
달이여, 노래하라
붉은 월광은 심홍빛으로 물들고
그에 따라 선악의 이상(理想)은 무너질 터이니
나는 그대의 가락
나는 그대의 곡조
마지막 선율을 쥐어짜 합을 겨룬다면
아아, 푸른 강물에 젖어 부조화(不調和)는 사라질테니
달이여, 부디 노래하라
“아저씨, 저건 뭐야?”
“응?”
작은 소년이 옆에 있던 남자의 소매를 붙잡고 물었다.
소년이 가리킨 곳은 작은 교회였다.
교회에서는 막 결혼식이 올리고 있었다.
“아, 결혼식을 하고 있나 보구나.”
“결혼식?”
“응, 앞으로 같이 살아갈 한 쌍을 축복해주는 일종의 행사 같은 거지.”
“....축복.”
“너도 저렇게 살아갈 수 있을 거야.”
“내가?”
“물론이지.”
소년은 멍하니 계속 교회를 응시하고 있었다.
미래를 축복하는 종소리,
하얀 옷을 입은 신랑신부,
그 둘을 둘러싼 미소,
웃음,
인연
-저런 것이 나하고 어울릴 리가 없잖아
“또 자신과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니?”
“.....아저씨, 무슨 독심술이라도 쓰는 거야?”
“그럴 리가, 이 아저씨는 재주라고는 악기 좀 다루고 노래하는 게 전부인걸.”
“........”
“단지 네 얼굴에 다 드러나 있는 것뿐이거든.”
“.......아저씨, 말도 안 되는 소리만 늘어놓고 있네.”
소년은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일부러 남자를 앞질러갔다.
그러다가 이내 멈추어서더니 뒤돌아보며 한 마디를 던졌다.
“아저씨, 오늘은 노래 안 가르쳐줘?”
“왜, 어제는 재미없다고 그렇게 말하더니 다시 배울 마음이 생긴 거니?”
“어젠 어제고, 오늘은 오늘.”
약간은 억지를 부리는 듯한 소년의 대답에 남자는 싱긋 웃으며 소년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래, 오늘은 좀 다른 걸 해보자.”
소년도 다시 남자가 있는 방향으로 힘차게 뛰어갔다.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이 대화는 그 누구한테도 기억되질 않고 그 누구한테도 관심 받지 못할 그런 머나먼 이야기
.
.
.
.
.
.
“,......라고 말이지.”
“그래서? 이번에도 거기서 끝이냐?”
“모든 이야기는 열린 결말을 가질 수 있는 법이거든. 그런 결말 뒤에는 독자들이 각자 상상하는 법 아니겠어?”
“상상 좋아하네. 내가 이 이야기를 두 번만 더 들으면 백번째다. 이젠 아예 외우게 생겼어.”
“츄야는 머리 나빠서 백번정도로는 부족하지 않아?”
“너 오늘 나한테 끝장나고 싶냐?”
“아~진짜 이 둘이랑 같이 임무를 하러 가면 조용한 날이 없다니까.”
“그냥 냅두죠. 하루이틀 저러는 것도 아니고.”
“그것도 그렇지만, 내 소중한 수면시간이 방해되는 건 어떻게 보상해줄 건지 거기 두 명이 좀 답해줄래?”
“어라, 미안미안, 란포씨. 아무래도 단잠을 방해한 모양이네. 츄야가 워낙 참을성이 없어서 말이지.”
“원인제공은 네가 했잖아. 이 머저리가.”
넓고 커다란 마차 안은 칠흑같이 어두컴컴했다.
군데군데 희미한 빛이 살짝 새어 들어올 뿐,
온기 하나 없어 보이는 차가운 느낌이 계속 감돌고 있었다.
마차 안에는 검고 긴 옷을 입은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가슴팍과 소매에 은색 장식이 달려 있는 것을 제외하면 옷은 마차 안이 캄캄한 것만큼이나 어두웠다.
“그건 그렇고, 슬슬 다 왔나 봅니다.”
“그러네. 분명 내가 듣기론 B급 놈들이 대부분이지만 A급도 몇 놈 있는 것 같으니....
너희 둘은 평소처럼 따로 다니지는 말아. 또 그랬다간 상부에 일러바쳐 버린다?”
검고 살짝 뻗친 머리칼의 사내가 입을 삐죽거리며 건너편에 앉은 옥신거리는 두 남자에게 말했다. 한 남자는 갈색머리에 키가 상당히 컸고 나머지 남자는 주황색 머리칼이 약간 헝클어져 있었다.
“란포씨도 참 가차 없다니까, 알고 있어요. 사실 같이 다니기 싫어하는 건 츄야지, 나는 아니라는 거.”
“다자이 저 녀석, 아주 그냥 나한테 다 몰아가는구만. 란포씨, 내 이번에는 꼭 건의 올려서 이 녀석이랑은 안 다닐 겁니다.”
“.....너네 패밀리어(familer) 맞어?”
“그 때 의식은 제대로 됐으니 맞긴 맞죠.”
“난 그 전으로 제발 돌아가고 싶다.”
“보통 그 의식은 영혼이 안 맞으면 성립이 안 되기 때문에 성격이 싸울 정도로 어긋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말이지.....보면 볼수록 특이하다니까 너희 둘. 예전부터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 순간 마차가 서서히 멈추어 섰다. 마부가 란포를 뒤돌아보며 말했다.
“도착했습니다.”
“어라, 다 온 모양이네. 가자.
사냥을 시작해야지.”
-수도인 문크로울에서 동쪽으로 멀리 떨어진 마을 한 구석,
“오늘은 어떻게 할 거야?”
“...글쎄, 일단 마을 중앙에 가볼래?”
“그러자, 짐은 이리 줘. 들어줄게.”
“고마워.”
하얀 머리칼의 소년은 소녀의 짐을 손에서 가져가며 그녀를 살짝 앞질러 걸어갔다.
“아츠시군, 그러고 보니 오늘 마을에 누가 온다고 하지 않았어?”
“마을에...? 아 맞아 요새 이쪽도 악마들이 꽤 자주 출몰해서 피해가 심각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그걸 해결하려고 이장님이 누굴 부른다고 한 것 같아.”
“진짜? 그럼 진짜 그 사람들이 오는 거야?”
“아마 그러지 않을까?”
소년을 따라오던 양갈래의 소녀는 갑자기 얼굴이 환해지더니 소년을 제치고 뛰어가며 소리쳤다.
“빨리 가자! 진짜 그 사람들이 온다니 안 믿겨!”
소년은 소녀의 반응에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그녀의 뒤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마을 중앙은 이미 수많은 인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진짜로 오는 거래? 세상에!”
“그렇다니까! 내가 아침에 전보 오는 걸 똑똑히 봤어!”
중앙에 모인 사람들도 소녀가 들뜬 만큼이나 소란스럽게 떠들고 있었다.
“언제 오는 걸까?”
“그러게 빨리 보고 싶다. 나 직접 보는 건 처음이야!”
“어 온다, 오고 있어 쉿!!!”
뒤늦게 도착한 소년과 소녀는 사람들의 인파를 힘겹게 뚫고 가며 무리의 맨 앞에 섰다.
잠시 뒤 마을에는 검은 옷을 입은 한 무리들이 들어오기 했다.
중앙에 몰린 인파들이 그렇게 열광해마지 않는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자신의 마을 이야기 외에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아츠시조차도 알고 있었다.
그들의 이름은 월악단(月樂團).
대략 20년 전부터 수도인 문크로울 중심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조직으로
상당히 예전부터 골칫거리로 들끓고 있던 악마들을 퇴치하는 것을 주로 수행해왔다.
월악단이 이렇게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는 이유는 일반인들에게 공포일 악마를 없애주는 것도 있지만, 조직구성원 거의 대부분이 총이나 칼잡이가 아닌 특이하게 악사(樂士)들로 이루어진 것에 있다.
그야말로 폭력을 쓰지 않고 평화롭고 조용한 방법으로 선을 실현하는 무리들.
이것만으로도 대중은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멋지다...”
소녀의 커다란 눈에는 신기함을 넘은 그 무언가가 담겨있었다.
소년은 소녀를 옆에서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이 검은 옷의 구원자들을 동경하고 있다는 걸 금세 알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이런 눈길도-
언제까지나 외면적인 모습을 봤을 때의 이야기지만.
“가끔 불쌍한 게 저 사람들은 우리가 무슨 구원자인 줄 알아.”
츄야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퍽이나 평화의 집단이겠다. 평화는 무슨 자비라고는 조금도 없는데.”
“츄야, 다 들리겠어.”
“얼마든지 들리라지. 보나마나 상부 쪽에선 조금만 비밀이 새나가려도 해도 다 엄폐할 게 뻔해.”
“원래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거하려고 하는 건....사람 본능이지.”
다자이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아까 전에도 숙소에서 말했듯이 너, 오늘은 쓰지마. 내가 알아서 다 할 거니까.”
“네네, 본부대로 하지요. 쓸 일이 없다면 말이지.”
“썼다간 머리를 땅에 박아버릴 줄 알아.”
“츄야도 가끔은 부드러운 말도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맨날 매몰차게 그게 뭐람.”
“넌 좋게 말해주면 귓구멍으로도 안 듣잖아. 아니다. 때려도 안 듣는 녀석이니 그냥 뭘 해도 안 듣는 셈이네.”
“에엑~!?”
“거기 둘, 조금 있으면 작전개시 하는데 조용히 좀 하지 그래...?
“알겠습니다. 란포씨 잠 못 잤는지 신경이 예민하시네.”
“네가 소란스러워서 그런 거잖아. 멍청아.”
“그럼 제 1대가 남쪽으로 가고 제 2대는 북쪽! 제 3대는 서쪽! 제 4대와 대비팀은 중앙과 동쪽으로 간다! 각자 맡은 구역으로!!”
작전을 지시하는 지시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검은 무리들은 순식간에 네 무리로 갈라져 흩어지기 시작했다.
“싫단 말이지......매번 이때가...”
츄야는 미간을 찡그린 채 중얼거렸다.
그 무렵, 월악단이 지나간 후에 소년과 소녀는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처음 봤는데 역시 신기하네.”
“응. 그러게. 뭔가 우리랑은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 같아.”
“.......응?”
“왜 그래?”
“아무래도 여기 오기 전에 잇던 곳에서 짐 하나를 놓고 온 것 같아. 어쩌지 내일 당장 필요한 물건인데.....”
“그럼 내가 갖다줄게. 여기서 좀만 기다려.”
“하지만, 아츠시군. 벌써 해가 지고 있어. 이장님이 말씀하잖아. 요새는 그쪽 지역도 해만 지면 많이 위험하다고.”
“괜찮아, 이제 막 질 무렵이니까. 얼른 갔다오면 문제없을 거야.”
“그래도....”
“금방 갔다올게.”
“.....”
소년은 소녀의 걱정을 뿌리친 채 마을 중앙을 지나쳐 달려갔다.
마을정문 입구를 지나 숲속으로 향하고 있을 때,
누군가 소년에게 뭐라 외치는 것 같았지만 수많은 인파와 소음으로 인해 그에게는 닿지 않았다.
숲속을 걸어서 얼마나 들어왔을까-
숲에 들어왔을 때는 해가 막 질 무렵이라 그리 어둡지 않았는데 이내 조금씩조금씩 어두워지더니 소년이 숲속 중앙으로 들어와 있을 때는 이미 어두컴컴해져있었다.
“어디있는거지....아!”
소년은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마침내 소녀가 떨어뜨린 짐을 발견하고는 주워들었다.
까악-까아악-깍
불길한 까마귀 소리-
순간 소년의 등에는 알지 못할 공포가 스치고 지나갔다.
“.....빨리 돌아가자.”
하지만 대개의 불안한 예감은 맞아떨어지듯이 마을로 다시 돌아가려는 그의 앞에 한 검은 물체가 비틀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사람이 느끼는 공포라는 게 그런 것일까.
참으로 기괴하고 뒤틀린 모습이었다.
아직 아무런 위협도 하지 않았건만,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다 반대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물체의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 검고 커다란 손에 붙잡히려는 순간-
소년의 귀에는 정체모를 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나뭇잎이 서로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아니고,
바람들이 내는 음울한 소리도 아닌
누군가 흐느껴 우는 듯한 노래가락.
소년의 눈동자는 난생처음 듣는 가락에 고요히 멈춰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잔잔한 분위기를 깨는 괴명소리에 눈동자의 정적은 다시 흔들렸다.
소년 바로 뒤까지 따라잡았던 물체가 아까 전보다 훨씬 공포스러운 소리를 내며 뒤틀리더니 이내 먼지처럼 사라진 것이었다.
그러더니 노래가락도 자연스럽게 사라지면서 갈라지는 듯한 남자목소리가 대신 들렸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다른 곳도 아니고 마을 중앙으로 도망칠 생각을 하다니.”
다자이였다.
“.......”
“하긴 이미 이성이 나간 상태였으니 뭔 말을 해도 듣질 않았었겠지......응?”
“저기...혹시”
“....분명 이쪽으로 오는 통로를 다 봉쇄해두었을 텐데...자네 같은 민간인이 왜 이곳에 있는 건가?‘
“놓고 온 짐이 있어서 찾으려고 왔었습니다..”
“곤란한데....내가 츄야한테 혼나는 건 맨날 있는 일이니 그렇다쳐도 상부가 이걸 알면...”
“네?”
“아무것도 아니네. 자네, 얼른 마을로 돌아가게. 지금 여기서 본 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어디서 미적대고 찾고 있었는데 여기 있었구만.”
다자이가 소년을 마을방향 쪽으로 등을 떠밀고 있던 때에 츄야가 나 짜증납니다라는 표정을 하며 다가왔다.
“츄야.”
“아까 전에 다 들었다. 그렇게 쓰지 말라고 했는데 더럽게도 말 안 들어, 하여간......뭐야? 민간인?”
“아무래도 사정을 모르고 들어온 모양이야.”
“장난이지? 작전개시 중에 민간인은 절대 접근 금지잖아. 빌어먹을.”
“....저기 잘은 모르겠지만 제가 많이 잘못한 것 같은데 빨리 마을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꼬맹이. 네가 잘못한건 아니야. 다만 이걸 어떻게 처리하느냐....어이 다자이 잠깐 이쪽으로 와봐.”
츄야는 다자이의 옷자락을 잡고 한쪽 구석으로 질질 끌고 갔다.
“어떡할거야? 네가 저렇게 발견한 바람에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 처리를 하게 생겼잖아.”
“일단 마을에 돌아가게 하고 이 일은 덮어두자.”
“뭐? 잠깐만. 저 꼬맹이 어디까지 봤어?”
“아마 내가 쓰는 걸 들었을테니 도망친 악마도 봤을 거야.”
“맙소사, 그럼 빼도박도 못하잖아. 아무리 덮어놔도 상부는 귀신같이 찾아낼 거라고.”
“.......”
“잘 들어. 「작전개시 중에 임무관련 내용을 목격하거나 들은 민간인은 무조건 이유를 거론하지 않고 사살한다.」 이걸 너도 지겹게 들었을텐데.”
“하지만 저 소년은 우연히 들어왔을 뿐이야.”
“내가 말했지. 흉내내지 말라고.”
“츄야.”
“....”
“흉내라도 난 별 상관안해..그럼 그를 차라리 이쪽으로 들여오자. 그게 훨씬 더 나을 거야.”
“....어느 쪽이든 나은 결정은 없어. 네 마음대로 해.”
다자이는 살짝 웃더니 소년이 있는 쪽으로 뒤돌아서 소리쳤다.
“이보게, 거기 소년!”
“네네?!”
“자네, 이름은?”
“아..아츠시입니다만.”
“좋아. 자네 우리 쪽으로 들어올 생각은 없는가?”
“...네?”
“그러니까, 월악단에 입단할 생각이 없냐고 묻고 있는 걸세.”
이게 갑자기 뭔 일이지.
아츠시는 그저 넋이 나간 듯 다자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싱긋-
“물론 거절은 안 받을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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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해서...갑자기 아무것도 모르는 애를 입단시키겠다?”
“뒤는 내가 알아서 할게요. 란포씨.”
“딱히 난 관여 안해. 뒤처리만 알아서 한다면야.”
“진짜 다자이 저 녀석 제멋대로라니까.”
“츄야가 성격이 급한 거야.”
“너네 패밀리어 맞는지 역시 난 못 믿겠다...”
“패밀리어요?”
아츠시는 가뜩이나 아까 전 일로 당황해있었는데 심각한 얼굴 세 명에게 둘러싸여서 그런 건지 더 목소리가 움츠러든 상태였다.
츄야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눈을 감은 채로 말했다.
“그러고보니 아직 잘 모를테지. 설명은 한 번뿐이니 잘 들어.”
월악단은 구성인원 대부분이 악사들이고 모든 악사들은 각자 자신의 악보를 가지고 있다.
이 악보는 어디에 딱히 쓰인 것이 아닌 영혼에서 끌어내는 것이라 가락이 일정하지도 않고 공유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악보의 독자적 특성이 가져오는 불편함과 개인으로 다녔을 때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모든 악사들을 2인 1조로 팀으로 다니게 했는데
그게 바로 패밀리어(familer).
패밀리어 사이에서는 악보와 가락을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고 영혼도 공유한다.
“일단 견습일 때는 그럴 일이 없지만 본격적으로 작전에 투입되면 패밀리어가 될 상대가 필요하니까. 나중에 하는 의식 같은 건 그때 가면 알려줄 거고.”
“그렇군요...”
“근데 아츠시군, 이외네.”
“네? 다자이씨 무엇을....?”
“내가 좀 끌고 온 면이 있긴 했지만 이외로 순순히 입단하겠다고 따라온 것을 봐서 말이야.”
“아....하지만 다들 월악단에 대해서 좋은 반응을 한다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흐음.”
“그리고 그 애도 있고...”
“그 애?”
“아 쿄카라고....같이 다니는 키 작은 여자아이가 한 명 있는데요. 아까 전에 숲에 들어온 것도 그 아이가 놓고 온 짐을 가져오기 위해서였거든요.”
“그녀 짐을 가져올려고 일부러 숲속에?”
“네, 그 아이도 월악단에 대해서 신기해하는 것 같았고....”
“오호....”
“.........?”
다자이는 의미모를 웃음을 짓더니 아츠시의 등을 툭하고 치면서 익살스럽게 말했다.
“과연! 한마디로 관심 있는 여자애한테 잘 보이고 싶은 거라고 하는 건가!”
“네...네?!”
“딱히 그렇게 부정하는 표정을 보일 필요는 없다네. 아츠시군 사랑이라는 건 좋은 거거든.”
“저기 그건 아닌데요?! 전혀 아닙니다만?!”
“괜찮아, 괜찮아. 소중하게 대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야.”
“......?”
“좋은 일이니까....”
“......”
“어이, 잡담은 됐고, 빨리 본부로 돌아가자.”
츄야가 두 사람의 대화를 끊으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벌써 집합 시간이군.”
란포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아츠시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을 건넸다.
“아츠시라고 했지?”
“네...네.”
“자네, 기억력은 좋나?”
“네?...그냥 기억 할만 한건 다 합니다만..”
“그럼 됐어.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었거든.”
“?”
“난 원래 좀 궁금한 건 파헤쳐보는 성격이라서, 아까 전에 설명 들었다시피 악사의 노래는 절대 일정한 법이 없거든. 가락도 박자도 다 그때그때 달라져. 오선지 위에 쓰인 악보를 외우는 게 아니니까.”
“네, 그건 들었어요.”
“근데 다자이는 좀 특이한 것 같아서.”
“.....?”
“그렇게 많이 들어보지도 않았지만, 왠지 가락이 들을 때마다 익숙하게 반복되는 것 같아서 말이지. 마치 일정하게 쓰인 악보가 따로 있는 것처럼.”
“.....”
“한 번 시간나면 주의 깊게 들어보라는 거야. 이외의 해답이 나올지도 모르잖아?
예전부터 직접 물어봐도 자꾸 질문을 피하고 답해주질 않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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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그 소년은 주위가 평탄치가 않았지.
나쁜 무리들한테 가족들도 친척들도 다 처참히 죽임당했거든.
당연히 소년은 그 무리들이 미웠어.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고 몇 년이 지나도
소년의 증오는 가라앉을 줄을 몰랐지.
누구도 가르쳐 준 적이 없었기에,
용서할 줄도 잊을 줄도 몰랐던 거야.
소년은 이곳저곳을 홀로 떠돌다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 이르렀어.
그동안 지나쳐왔던 폐허들과는 비교하면 참 깨끗하고 좋은 마을이었지.
사람들도 화목하게 어울려 살고 있었어.
하지만 소년의 눈엔,
그게 그대로 비춰질 수가 없었겠지.
자신과는 거리가 먼,
닿을 수 없는 헛된 이상.
소년은 그 마을에 있던 사람들 전부가 미웠어.
그저 미웠던 거야.
그런데 소년은 마을에 있는 시내를 건너가고 있었을 때,
한 특이한 사내를 만났어.
그는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것 같은 소년에게 친절하게 대해줬어.
은은한 노래 한 곡도 들려줬지.
가지고 있던 기타에서 포크 음악도 들려줬어.
사내는 자신보고 떠돌이 악사라고 소개했지.
그는 홀로 떠돌다 이 마을에서 머물고 있다고 말해줬어
소년은 자신도 홀로 떠돌고 있다고 말했어.
그러자 사내는 자신과 같이 가지 않겠냐고 소년에게 제안했어.
“아저씨는 정말로 이상해.”
소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내를 쫓아 이곳저곳을 다녔지.
사내한테 여러 가지 노래도 배웠어.
여전히 삐딱한데다 남을 용서할 줄을 몰랐지만. 하하
궁금한 걸 물어보면 언제든 알려주고, 배우고 싶은 노래는 다 가르쳐주던 사내였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렇게나 접혀있던 한 낡은 오선지의 노래는 가르쳐주지를 않았어.
“이건 네가 부를 필요가 없단다.”
소년은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이내 물어보는 걸 멈추었어,
-그렇게 둘은 그날도 떠돌아다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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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거지!”
“헤에에..”
“하여간, 이번엔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하더니 그거냐, 심심풀이에 좋은 이야기 어떠냐면서 꺼내놓는데 더 지루해졌잖아.”
“우와, 츄야 엄청 직격탄이네.”
“게다가 거의 맨날 비슷한 스토리만 반복하지!”
“하지만 이건 아츠시군은 처음 들어볼 걸?”
“네, 저는 처음 들어봐요.”
그로부터 3개월 뒤, 숙소 건물 안 휴게실에서 다자이와 츄야, 아츠시는 의자에 앉은 채 떠들고 있었다.
“그런데, 아츠시군. 요새 그녀한테서 소식은 왔나?”
“아, 네 훈련은 견딜만하냐면서 안부를 묻던데요.”
“좋아, 아주 좋네. 사랑이 지속적으로 싹트고 있어!”
“그거 아니래도요오오...”
아츠시는 고개를 세차게 젓다가 이내 못 말리겠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뭐 그래도 이제 견습도 다 끝나가고 좀 있으면 실전에 투입될테니 멋지게 프러포즈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지.”
“아, 일단 한 번 마을에는 다시 찾아갈 생각이에요.”
“그래? 아 맞다, 아츠시군. 이제 곧 다시 훈련 갈 시간 아닌가?”
“앗, 벌써 시간이.....전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쓸데없이 다치지나 말고, 애송이. 다치면 또 신경 쓰이니까.”
“네, 조심할게요.”
아츠시는 휴게실 문을 닫고 문손잡이를 잡은 채 생각했다.
‘그래도 다자이씨나 츄야씨는 좋은 사람들이야. 나도 열심히 해야...’
“.....라...고...”
“응?”
작게 휴게실 안에서 대화가 오가는 것을 들은 아츠시는
자신도 모르게 귀를 문에 바짝 갖다 대고 안의 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자이와 츄야가 대화를 마저 하고 있었다.
“진짜 말 더럽게 안 듣지, 내가 그 때도 쓰지 말라고 했잖아. 이게 대체 뭔데?”
“요새 남부 쪽에 A급놈들이 판치고 있어. 그쪽 정부도 통제가 안 되나봐.”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한 건가...”
“아마 아츠시군도 훈련만 끝나면 바로 그 쪽에 투입될 것 같아.”
“그건 나와 봐야 알아, 신입을 그런 곳에 몰아넣었다간 말아먹겠다는 소리야.”
“.....아무래도 우리도 상황을 봐서 가야 할 것 같네.”
“아무튼, 말 돌리지 말고. 다음번에 썼다가는 진짜 주먹 한 방으로는 안 끝날 줄 알어.”
“하지만 인력은 확실히 부족해지고 있어...”
“그 놈의 흉내내기는 적당히 해. 심심풀이로 하는 이야기도 이제는 조금 그만하란 말이야.”
‘이야기? 아까 전에 다자이씨가 하셨던 떠돌이 악사와 소년 이야기 말하는 건가?
하지만 그 이야기가 왜.....’
그러나 아츠시의 이런 의문은 바로 다음에 들려오는 츄야의 목소리에 여지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게 매번 자기 과거 이야기 하는 것이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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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아저씨.”
“응?”
“아저씨는 왜 그렇게 누구한테나 친절한 거야?”
어린 소년인 다자이는 사내에게 또 물었다.
“그거야, 아저씨는 남을 돕고 싶기 때문이란다.”
“그러니까, 왜 남을 돕고 싶은지를 모르겠다니까.”
“하하, 딱히 이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걸.”
“진짜 모르겠네.....”
“.....아저씨."
“이번엔 또 뭐니?”
“아저씨는 내가 안 미워?”
“내가 널 왜?”
“그거야 난 다른 사람들이 전부 미운 걸. 그래서 나 말고도 다들 그러는 줄 알았어.”
“각자 생각하는 것은 다르기 마련이지, 하지만 이 아저씨는 널 미워해본 적이 없단다.”
“......역시 이해 못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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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개월 후
“이제 아츠시군도 이것으로 견습과정은 전부 다 완료했네. 곧 실전에 투입될테니 준비
단단히 해두도록.”
“네, 감사합니다!”
“축하해.”
“아, 요사노씨.”
숙소로 길을 향하던 아츠시에게 말을 건넨 사람은 요사노였다.
그녀는 란포의 패밀리어이기도 해서 간혹 란포와 마주칠 때 몇 번 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단 둘이 대화를 나눠보기는 처음이었다.
“실전에 투입되는 건 훈련 때하고는 비교가 안 되긴 하지만... 저 교관은 가끔 지나칠 정도
로 신입들한테 겁을 준단 말이지. 언젠가 한 마디 해야겠어.“
“하하..”
아츠시는 무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다가 무언가 생각났는지 눈을 커다랗게 떴다.
“저기, 요사노씨. 그 패밀리어라는 건 어떻게 정하는 거죠?”
“의식. 말이 의식이지, 그냥 마음 맞는 사람끼리 앞으로 파트너하겠습니다~이게 전부야.”
“...으으음.”
“..라고 한건 너무 간추린 거고, 두 사람끼리 영혼을 공유하는 게 주야. 그렇게 되면 서로
악보도 가락도 공유할 수 있게 되거든. 방법도 간단합니다. 그냥 도우미 데려다놓고 서로
좀 머리 맞대고 있으면 끝나.”
“그러면 요사노씨는 란포씨 것도 아시는 것인가요?”
“첫 구절부터 마지막 구절까지 다 외우는 정도지.”
“우와아아...”
“그러고보니 다자이랑 츄야 그 둘은 처음 패밀리어 맺을 때도 난리인 걸로 기억하는데..”
“다자이씨랑 츄야씨요?”
“응, 시작하기 전엔 아무 말도 안하더니 마치더니 뭔 생판 난리를 치더라고.”
“두 분이 서로한테요?”
“아니, 츄야가 다자이한테”
“아하..”
“지금 모습 보고 있으면 왠지 이해가는 상황이긴 하지. 하여간 잘해봐 신입, 요새 인력이
부족해서 금방 실전 투입될 것 같으니까.“
“네..”
- 그 시각 본부 건물
“....다시 한 번 말해봐.”
“...그러니까 현재 동부 쪽에 A급 놈들이 판치고 있다는 거야.”
“요새 진짜 일 안 굴러가네. 동부 쪽이면 애송이가 있던 쪽이잖아!”
“응, 아츠시 군도 아마 거기 투입될 거라고 들었어.”
“...자기 마을 폐허되는 걸 보면 보통 눈이 뒤집히는 게 아닐텐데.”
“그러니, 폐허되기 전에 가야지. 제 4대는 바로 내일 출발할 거라고 들었어.”
“.....안 그래도 요새 잠자리 사나운데.....어이 다자이.”
츄야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다자이한테 말을 걸었다.
“왜.”
“.....그건 하지 마라. 꽤 여러 번 퇴치작전에 참가해봤어도 이번엔 예감이 진짜로 안 좋아.”
“당연히 쓰지는 않을 거야. 쓸 일이 없다면....”
“...넌 맨날 그런 식이지.
내가 이러는 건 그 빌어먹을 쓸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그런거라고...”
다음날, 동부 마을
“지금부터 제 4대는 전체 동부마을 퇴치작전에 들어간다. 이미 상황은 많이 나빠져 있다.
문답무용! 보이는 대로 다 진압하도록! 악마와 사람의 공존은 절대 불가능하다! 전부
배척할 것!!”
마을에 도착하기 전에 얘기는 들었지만 막상 와보니 아츠시의 마음은 다급해져 있었다.
이미 몇몇 건물은 심하게 파손되어 있다.
사실 마음속에서 쿄카가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매우 큰 거짓말일 것이다.
그 정도로 아츠시는 급하게 자신이 알던 거리로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간 계속 달려 드디어 쿄카가 살던 집이 나오자 아츠시는 그제야 안심하고 속도를 조금
늦추기 시작했다.
그 순간-
콰앙-
늘 불길한 예감은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거대한 바위 하나가 떨어지더니
집을 완전히 짓눌러버렸다.
“......쿄카..”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꼭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흘러가야 하는 걸까.
대체 왜?
왜?
왜?
왜왜왜왜왜왜왜왜왜??????
초점이 흔들리고 있던 아츠시의 눈에는 바위 위에 서있던 한 검은 그림자가 비춰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칠흑같이 검은 옷차림의 남자였다.
저 녀석인가-
아츠시가 그림자에게 달려들려고 하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 그를 잡아당겼다.
“조금은 진정하게, 아츠시군.”
“.......다자이씨.”
“자네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야. 하지만 일단 그녀 생존여부부터 확인해야지. 저자는 내가
맡아 처리하겠네.“
“.....네.”
아츠시는 지붕부터 짓눌려 제대로 열리지 않는 문에 달려가 비틀어 열기 시작했다.
“열려라......제발...”
끼이이익-
아츠시는 안간힘을 다해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 소리치기 시작했다.
“쿄카!! 쿄카!!!!!”
“..아츠시군..?”
안에서 작고 가는 목소리가 들리자 아츠시는 다리의 힘이 풀린 듯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
려갔다.
집안이 무너지는 난리 통에 놀란 걸 제외하면 다행히 쿄카는 무사했다.
“다행이다.....”
“아츠시군, 여긴 어떻게..?”
“이제 다 훈련마치고 실전간다고 했는데.......어쩌다보니 실전을 여기로 와버렸어.”
“그래도 몰라볼 정도로 많이 달라졌네...”
“응? 그런가...?”
“아무래도 무사한 모양이군.”
“....”
다자이는 아까 전의 검은 그림자와 마주한 채로 부서진 집들을 둘러보다가 다시 앞으로 고
개를 돌렸다.
“자 그러면, 이번엔 자네 이야기를 들어볼까.”
“....뭘 말입니까..”
“그렇게 매몰차게 보지는 말게, 자네 부상입은 것도 알고, 바위를 떨어트린 것도 자네가
아니라는 것도 알아.“
“....그래도 당신하고 싸울 힘은 있습니다.”
“자네가 A급 악마라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해칠 생각도 없네.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에 빨리 가는 길 가는 게 좋을 걸. 자네는 내가 한가락 부르면 바로
죽음일세”
“................”
“왜 놀랐나? 초면인 상대에게서 예상치 못한 배려를 받아서? 아님 악사인 내가 자네 같은
악마를 놔줘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호오?”
“.........대체 당신같은 존재가 여기 왜 있습니까?”
“꽤나 눈치가 빠른 타입이군, 아니면 이런 걸 꿰뚫어보는 게 특기인가?”
“..예전부터 이거 하나로 버티고 살아왔죠. 하지만 난 당신같은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다 그런 법이야. 자네, 이름은?”
“....아쿠타가와입니다.”
“좋아, 아쿠타가와군. 여기서 무리를 주도한 놈은 어디 있는 줄 아나?”
“아마 숲속 북부일겁니다.”
“그렇군, 자네는 이제 빨리 갈 길 가게. 안 그러면 나도 어떻게 될 줄 몰라.”
“...맞서싸울 생각이십니까?”
“..그렇다면?”
“포기하는 게 좋을 겁니다. 그 녀석에게 반항하는 놈들은 전부 잡아 먹혔어요.”
“나도 알아, 그러니 마을이 이 모양 이 꼴이지.”
“난 당신이 왜 그러는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내 파트너랑 똑같은 말을 하는군.”
-그 시각 숲 속 서북부
“빌어먹을 다자이 녀석! 어디 갔어!!”
츄야는 다자이를 쥐잡듯 뒤져가며 찾고 있었다.
“진정해, 위치가 감이 안 잡혀?”
“소용없어요, 란포씨. 아예 다자이쪽에서 연결을 끊어버렸어요. 젠장!”
“...예전부터 진짜 고집하나는 세더니...”
“츄야씨! 란포씨!”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츠시였다.
아츠시는 숨이 끊어질세라 달려오고 있었다.
“...다..다자이씨는요?”
“연락이 끊겼다. 손쓸 방법이 없어.”
“제기랄!!!!”
“츄야, 조금은 진정해.”
“.........”
“항상 패밀리어는 붙어다니는 건 아니야. 나도 지금 떨어져있는 상태고..하지만 예전부터
너는 유독 다자이가 사라지면 그렇게 과민반응을 보였지. 그렇다고 같이 있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란포씨.”
“한 가지 늘 의심하고 궁금해오던 게 있었지. 나도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
“네가 다자이가 노래가락을 최대한 못쓰게 하고 좀 강한 걸 쓰면 그렇게 난리를 폈지...
악사에게 노래가락이 항상 좋은 영향만 주는 건 아니야 하지만......네 반응은 단순히 그런
거에 대한 불안증세가 아니야.“
“그쯤에서 그만둬 주세요..”
“근데 이거 하나면 다 설명이 돼.”
“............”
“.....다자이, 악마지?”
항상 그랬다.
빌어먹을 주위 사람들은 내가 조금 크자 이 답답한 공간에 보내 가둬버렸지.
문제아였으니까.
겁쟁이들은 그것이 두려워서 짓눌러버리려고 하는 거야.
그래서 난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그렇게 계속 담이 쌓여왔는데-
네 녀석만 아니었다면,
물론 나도 맨처음에 그 녀석이 악마일 줄은 조금도 몰랐다.
안 것은 패밀리어가 된 후,
거의 충격을 먹다시피 했지.
“.....너.”
“.....왜 그리 놀라?”
“몰라서 묻는 거야?”
“...난 내가 선택해서 온 거야.”
“그게 문제가 아니야! 악사의 노래가 악마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줄 몰라서 그래?!
한 번 부를 때마다 몸을 깎아내릴 거라고!”
“좋네, 그것도.”
“......네가 그렇게 해봤자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아.”
“딱히 기억해달라고도 안했어.”
“........”
“하지만 그래도 굳이 마음에 안 든다면.”
“....”
“네가 기억해줘, 츄야.”
차라리 처음부터 만나지도 말 것을.
“저 녀석인가...”
다자이 눈 앞에 있는 것은 악마긴 하지만 이제 그걸로도 형용하기 힘든 괴물이었다.
“당신이라면 나랑 어울려 줄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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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맞아, 사람들에게 가족을 전부 잃었지.
악마라는 이유로 어디에도 있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을 미워하며,
자신은 미움 받고 있다고 믿으며,
결국 그게 분노로까지 와 버린거야.
하지만 그 떠돌이 악사는 소년을 상냥하게 대했지.
그 악사는 악마에 의해서 가족을 다 읽었는데도.
소년과 악사는 친하게 지냈지만,
결국 끝이 와 버렸어.
마을에 전염병이 돌아버린 거야.
애석하게도 악마인 소년은 전염병에는 끄덕없었고
전염병은 마을의 모든 사람을 휩쓸어갔어.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에는
떠돌이 악사도 예외는 아니었지.
소년은 병에 걸려 다 죽어가는 악사를 내려다보고 있었어.
늘 앉아있던 돌담벽에 앉아서,
“아저씨, 난 역시 이해 못하겠어.”
“.......”
“........아무리 남을 미워하지 않고 상냥하게 대해봤자 무슨 소용이야?
며칠 전 결혼식을 올렸던 신랑신부도 아무것도 못하고 죽어버렸어.
마을에는 남아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그렇게 맨날 나한테 다 안다는 듯이 말했던 아저씨도 이제 곧 죽을거잖아?
대체 뭐가 얻을 수 있다는 거야?
여기 밖을 나가면 난 또 다시 미움 받을 거야.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을 전부 미워하게 될 거야.
바뀐 건 아무것도 없어. 없어. 없다고.“
소년의 목소리는 거의 이제 울음으로 변해있었다.
“대체 나는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은 거야,
나는 이제 아무것도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어.
저기 가만히 있지 말고 말해봐.
대체 나한테 남은 건 뭐야, 오다 사쿠?!”
소년은 이제 아예 울고 있었다.
“....꼭 그렇게만은 말할 수 없지..”
악사는 말했다.
“난 네가 딱히 이해하기를 바라지 않았어, 그저 넌 나한테 노래를 배웠고....그걸로
다 된거야...”
“.....”
“그 신랑신부는 마지막에 어떻게 하고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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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고 있긴, 마지막까지 지독하게 손을 마주잡고 있더라.
가락도 항상 같은 멜로디뿐이지. 당신한테 배운 가락만 반복하고 있으니.
당신이 끝내 가르쳐주지 않았던 악보 한 장,
그건 종창(終唱), 악사의 마지막 가락.
이걸 부르면 거의 죽는다고 봐야하지만,
그것도 괜찮지 않아?
난 이해하지 못해도
당신은 날 이해해줬으니
안 그래?
월악단의 창시자, 오다 사쿠
모든 일에는 끝이 있어.
분명히 말이지.
그리고 난 내가 한 선택에 후회없고
......조금은 미안하지만 말이지.
그럼 가볼까.
“다자이 이 머저리가! 그만 두라고 했잖아!!!!!”
“달이여, 노래하라.”